세계가 이제 켜는 스위치를, 한국은 이미 내려봤다
2025년 12월 10일 호주가 16세 미만의 주요 SNS 계정 보유를 금지했다. 2026년 6월 15일 영국 정부가 같은 조치를 발표했고, 한 달 뒤에는 16·17세에게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기본 커퓨를 켜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정확히 그 시간대를, 한국은 10년 동안 잠가봤다.
강제적 셧다운제.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하면 사업자가 2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 벌금을 받는 제도였다. 2011년 11월 20일 시행됐고, 2022년 1월 1일 사라졌다.
지금 논의되는 SNS 금지와 설계 원리가 같다. 나이로 선을 긋고, 그 선을 지키는 책임을 이용자가 아니라 플랫폼에 지운다. 영국이 16·17세에게 켜겠다는 커퓨는 시간대까지 셧다운제와 동일하다.
뉴욕타임스 집계로 지금 40개국 가까이가 청소년의 SNS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를 논의하거나 도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6년 3월, 말레이시아는 6월에 각자의 버전을 시행했다. 유럽연합에서도 유사한 제안이 올라와 있고, 미국에서는 연방 차원의 입법이 막힌 사이 플로리다·유타·텍사스·아칸소·루이지애나 같은 주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선을 그으려다 대부분 법정 다툼에 들어갔다.
그래서 한국의 10년은 지금 세계가 가진 자료 중 가장 긴 관찰 기록이다. 호주는 시행 9개월, 영국은 아직 시행 전이다. 한국은 시행 전 여론조사부터 시행, 헌법 심사, 규제 대상의 이탈, 폐지까지 한 사이클을 통째로 돌았다. 결말을 아는 유일한 나라다.
셧다운제와 지금의 SNS 금지는 같은 제도가 아니다. 셧다운제는 특정 시간대의 서비스 제공을 막는 규제였고, 호주와 영국의 조치는 계정 보유 자체를 막는 규제다. 후자가 더 강하고 적용 범위도 훨씬 넓다. 이 기사는 두 제도가 같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두 제도가 공유하는 설계 원리, 즉 나이로 선을 긋고 플랫폼에 집행을 맡기는 방식이 한국에서 어떻게 작동했고 왜 접혔는지를 본다.
답은 시행 열 달 전에 이미 나와 있었다
2011년 1월, 한국입법학회가 학부모 1,000명과 청소년 500명에게 물었다. 법으로 심야에 게임을 못 하게 하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법이 발효되기 열 달 전이었다.
15년 뒤인 2026년 5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청소년 온라인 안전 지침을 내면서 전면 금지의 위험을 이렇게 정리했다. 금지는 우회되기 쉽고, 아이들을 더 감시가 덜한 공간으로 밀어낼 수 있다는 것. 2011년 한국 청소년 500명이 준 답과 같은 문장이다.
더 눈에 띄는 건 제도의 근거가 되는 인과관계 자체가 당시에도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정신의학회는 2013년 DSM-5 개정판을 내면서 인터넷게임장애를 정식 진단이 아니라 추가 연구가 필요한 항목으로 3장에 올렸다. 그 진단 척도가 일반적인 인터넷 사용이나 SNS 과다 이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명시했다. 게임과 중독의 인과를 규명한 연구는 그때도 없었고, 상관관계를 보인 연구들만 있었다.
그럼에도 규제는 먼저 갔다. 그것도 두 갈래로.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보호법에 근거해 16세 미만의 심야 이용을 강제로 막는 제도를 운영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산업진흥법에 근거해 18세 미만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이 시간을 설정하는 게임시간 선택제를 따로 운영했다. 대상 연령도 근거 법률도 소관 부처도 다른 두 규제가 같은 문제를 놓고 나란히 돌아갔다. 규제가 겹친다는 지적은 시행 초기부터 나왔다.
시행 1년 뒤 여성가족부는 자정 이후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 비율이 0.5%에서 0.2%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같은 시기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과몰입 종합실태조사는 다른 그림을 보여줬다. 과몰입군은 0.8%에서 0.7%로 오차범위 안에서 움직였고, 과몰입위험군은 1.2%에서 1.2%로 변화가 없었다.
차단 자체는 작동했다. 자정 이후 접속은 실제로 줄었다. 다만 그 제도가 막겠다고 선언한 것, 즉 과몰입은 움직이지 않았다. 규제가 겨냥한 지표와 규제가 개선한 지표가 달랐다. 0.3%포인트를 얻기 위해 형벌 조항이 붙은 국가 규제 하나가 10년을 돌았다.
헌법재판소는 합헌이라고 했다. 그리고 7년 뒤 사라졌다
2014년 4월 24일, 헌법재판소가 강제적 셧다운제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청구인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 본인과 그 부모, 다른 하나는 게임회사들. 아이들이 직접 헌법소원을 냈고, 졌다.
다수의견의 논리를 다시 읽으면 익숙하다. 지금 영국과 호주 정부가 쓰는 논리와 거의 같다. 부모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으니 국가가 선을 긋는다는 것. 영국 과학혁신기술부 장관이 2026년 6월 하원에서 한 답변도 같은 자리에 있다. 아이들이 우회할 것을 안다고 해서 조치를 하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으며, 아이를 지키는 것은 결국 기업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반대의견도 마찬가지로 익숙하다. 시각만 잠그는 규제가 총량을 못 건드린다는 지적은, 영국이 16·17세에게 켜겠다는 자정~오전 6시 커퓨에 그대로 적용된다.
전면적 금지는 다면적 문제에 대한 일회성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플랫폼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아동 보호의 종착점이 될 수 없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 2026년 5월 29일2014년 서울의 헌법재판소 소수의견과 2026년 제네바의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12년 시차를 두고 사실상 같은 경고를 했다.
한 가지 더 기록해둘 것이 있다. 이 사건의 청구인에는 규제 대상 당사자인 청소년이 직접 포함돼 있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2026년에 내놓은 10개 원칙 중 일곱 번째가 아이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그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하라는 항목이다. 한국에서 아이들은 발언권을 요구하며 헌법재판소까지 갔고, 그 요구는 기각됐다.
이 결정이 지금 중요한 이유는 결론이 아니라 그 뒤에 벌어진 일 때문이다. 셧다운제는 위헌이라서 사라진 게 아니다. 법적 정당성 심사를 통과했고, 형벌 조항까지 갖췄고, 그럼에도 사라졌다.
규제는 매체를 특정했고, 매체는 옮겨갔다
합헌 결정문 안에 이미 결말이 적혀 있었다. 헌재가 결정을 내리던 시점에 여성가족부 고시는 모바일 기기로 이용하는 게임에 대해 셧다운제 적용을 유예해두고 있었다. 규제 대상은 PC 온라인게임이었는데, 아이들은 이미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이 유예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구조적 고백에 가까웠다.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되던 시점에, 규제 설계자들은 새 기기를 규제망에 넣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사이 게임의 무게중심은 PC방과 데스크톱에서 손안의 화면으로 넘어갔다.
2021년 12월 31일, 여성가족부가 폐지를 발표하며 밝힌 사유가 정확히 그것이다. 지난 10년간 셧다운제가 적용되지 않는 모바일 게임이 PC 게임을 대체했고, 청소년이 심야에 이용할 수 있는 매체가 SNS와 OTT, 유튜브 등으로 다양해졌다는 것.
이 문장은 두 번 읽을 가치가 있다. 한국이 심야 차단을 접은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이 이미 SNS와 유튜브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영국은 바로 그 SNS에 심야 차단을 켠다.
폐지 절차도 짚어둘 만하다. 셧다운제는 효과가 없다는 연구가 축적돼 무너진 게 아니다. 2021년 6월 정부의 규제 정비 과제로 선정됐고, 두 달 뒤 부처 합동 폐지 방안이 나왔으며, 그해 11월 국회를 통과했다. 어젠다 선정에서 법 통과까지 다섯 달이었다. 10년을 버틴 제도가 규제 정비 트랙에 올라가자 한 계절 만에 정리됐다.
| 시점 | 사건 | 구분 |
|---|---|---|
| 2011.11.20 |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16세 미만, 자정~오전 6시 | 한국 |
| 2014.04.24 |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 이 시점에 모바일 게임은 적용 유예 상태 | 한국 |
| 2021.06.10 | 정부 규제챌린지 과제로 '셧다운제 개선' 선정 | 한국 |
| 2021.08.25 | 여가부·문체부 합동 폐지 방안 발표 | 한국 |
| 2021.11.11 |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국회 통과 | 한국 |
| 2022.01.01 | 폐지 시행. 게임시간 선택제로 일원화 | 한국 |
| 2025.12.10 | 호주, 16세 미만 SNS 계정 금지 시행 | 해외 |
| 2026.06.15 | 영국, 16세 미만 SNS 금지 발표. 2027년 초 시행 목표 | 해외 |
| 2026.07.15 | 영국, 16·17세 자정~오전 6시 기본 커퓨 발표 | 동일 구조 |
| 한국이 스위치를 내린 지 4년 만에, 같은 시간대의 스위치가 영국에서 켜진다. | ||
세 나라의 제도를 나란히 놓으면 무엇이 반복되고 무엇이 달라졌는지가 보인다. 영국은 한국이 실패한 지점, 즉 연령 확인의 허술함을 정면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호주 모델을 따르되 훨씬 강력한 연령 확인을 붙이겠다는 것이다.
| 구분 | 한국 · 2011 | 호주 · 2025 | 영국 · 2027(예정) |
|---|---|---|---|
| 대상 연령 | 16세 미만 | 16세 미만 | 16세 미만 + 16·17세 부분 제한 |
| 규제 방식 | 심야 6시간 제공 금지 | 계정 보유 금지 | 계정 금지 + 기능 제한 + 심야 커퓨 |
| 대상 매체 | PC 인터넷게임 (모바일 유예) | 주요 SNS | SNS + 게임 사이트 일부 기능 |
| 연령 확인 | 본인확인 기반 | 플랫폼 자율 허술 | 고효과 연령확인 의무화 예정 |
| 제재 대상 | 사업자 형사처벌 | 사업자 과징금 | 사업자 규제 제재 |
| 결과 | 10년 뒤 폐지 | 시행 9개월 | 시행 전 |
| 세 제도 모두 집행 책임을 이용자가 아니라 플랫폼에 지운다는 점에서 같은 계열이다. | |||
한국은 규제를 없앤 게 아니라 옮겼다. 강제적 셧다운제 조항만 삭제됐고, 만 18세 미만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이 요청하면 원하는 시간대로 이용시간을 설정하는 게임시간 선택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여성가족부는 폐지를 발표하며 청소년의 자기결정권과 가정 내 자율적 선택권이 보장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국가가 일괄로 잠그는 방식에서 당사자와 보호자가 켜고 끄는 방식으로 옮긴 것이다. 영국이 16·17세에게 적용하겠다는 '기본값은 켜져 있되 끌 수 있는' 커퓨는, 공교롭게도 한국이 지나온 두 제도의 중간 지점에 있다.
호주에서도 법은 또래 규범을 이기지 못했다
호주 뉴캐슬대학 연구진이 12~17세 408명을 관찰한 연구는 시행 3개월 시점을 세 단어로 요약했다. 제한적인 이행, 불완전한 준수, 상당한 우회.
미국 국가경제연구소 워킹페이퍼에 참여한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이 실패를 법이 아니라 규범의 문제로 본다. 14~15세의 4분의 3 가까이가 법을 지키지 않았는데, 이유는 처벌도 보상도 없어서가 아니라 남들이 지키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키는 쪽이 오히려 무리에서 밀려나고 촌스러운 쪽으로 분류됐다. 선스타인 팀의 추정으로는 4분의 3가량이 빠져나가야 비로소 균형이 뒤집힌다.
그는 이 현상을 사람들이 스스로 원하지 않는 것을 남들이 하기 때문에 계속하는 상태로 설명한다. 미국 대학생 다수가 특정 플랫폼이 아예 없어지기를 바라면서도, 존재하는 한 계속 쓰겠다고 답한 조사가 근거다. 법이 한쪽 균형을 지지해도 다른 균형이 유지되면 법은 배경 소음이 된다.
여기서 셧다운제의 그림자가 다시 보인다. 2011년 한국 청소년의 31.2%는 어떻게든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처벌이 무섭지 않아서가 아니라, 남들이 계속하기 때문이었다.
2013년 한국게임학회논문지에 실린 한 연구는 이 간극을 다른 각도에서 짚었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셧다운제가 효과가 있으리라 믿었고 정당하다고 봤다. 정작 규제 대상인 게이머들은 효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연구자들의 진단은 한 문장이다. 셧다운제는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효과를 믿고 시행한 정책이었다는 것.
이 구도는 지금 그대로 반복된다. 영국 정부가 2026년 상반기에 진행한 컨설테이션에는 11만 6,211건의 응답이 들어왔다. 학부모의 90%가 금지를 지지했다. 청소년은 3분의 2가 일부 플랫폼에 한해 동의했다. 국제 비영리단체 패밀리 온라인 세이프티 인스티튜트가 미국과 호주 아동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절반 이상이 금지로 친구·지원망과 끊길까 걱정한다고 답했고, 금지를 지지한 아동은 40%에 못 미쳤다. 같은 조사에서 부모의 지지는 50%를 넘었다.
뉴캐슬대 연구는 408명 관찰연구이고 시행 3개월 시점의 자기보고 데이터다. 인과를 확정하는 설계가 아니며, 연구진 자신도 이행 초기의 특성일 수 있다고 밝혔다. 2013년 한국 논문 역시 부산 지스타 참가자와 대도시 비게이머를 대상으로 한 편의표본이고, 정부신뢰 평균값 자체는 두 집단이 거의 같았다. 이 기사는 두 연구를 방향을 보여주는 자료로 쓰되, 어느 쪽도 결론의 증명으로 쓰지 않는다.
영국은 넉 달을 '가능한가'에 썼다
한국의 사례가 합법성과 실효성이 다른 축이라는 걸 보여준다면, 영국은 지금 그 첫 번째 축에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 2026년 상반기 영국 의회에서 벌어진 일은 그 자체로 기록할 만하다.
발단은 아동복지·학교법안 심의였다. 2026년 1월 21일 상원에서 보수당 소속 내시 경이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수정안을 냈고, 정부가 패배했다. 그는 2016년 이후 아동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이 급증했고 섭식장애 관련 지표가 크게 악화됐다는 수치를 들며 사회적 재난이라는 표현을 썼다.
정부는 컨설테이션이 진행 중이니 결론을 앞질러선 안 된다고 맞섰다. 이후 3월부터 4월까지 하원과 상원 사이를 법안이 다섯 차례 오갔다. 하원이 수정안을 부결시키면 상원이 되살렸고, 정부가 대안을 내놓으면 상원이 다시 거부했다. 쟁점은 금지 여부가 아니라 조동사 하나였다. 정부는 규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재량 조항을 원했고, 반대편은 도입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요구했다.
| 일자 | 원 | 결과 | 표결 |
|---|---|---|---|
| 2026.01.21 | 상원 | 16세 미만 금지 수정안 가결. 정부 패배 | 261 : 150 |
| 2026.03.09 | 하원 | 수정안 부결, 정부 대안 채택 | 307 : 173 |
| 2026.03.25 | 상원 | 정부 대안 거부, 수정안 재가결 | 266 : 141 |
| 2026.04.15 | 하원 | 다시 부결 | 256 : 150 |
| 2026.04.20 | 상원 | '해야 한다'로 바꾸는 수정 가결 | 284 : 158 |
| 2026.04.22 | 하원 | 다시 부결 | 260 : 161 |
| 2026.04.27 | 상원 | 수정안 재가결. 같은 날 하원이 의무 조항 수용 | 316 : 165 |
| 2026.04.29 | — | 국왕재가 | 법률 성립 |
| 일곱 차례 표결 끝에 정부가 '해야 한다'를 받아들이며 합의됐다. 논쟁의 대상은 내내 권한의 형태였다. | |||
결과적으로 온라인안전법에 새 조항이 들어갔다. 국무장관은 컨설테이션 결과를 반영해 16세 미만 아동에게 연령 또는 기능 제한을 부과하는 규정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3개월 안에 진행 상황을 의회에 보고하고, 그로부터 12개월 안에 규정을 제출해야 하며, 예외적인 경우 6개월을 더 쓸 수 있다.
여기까지가 넉 달이다. 그리고 이 넉 달 동안 다뤄진 것은 정부가 규제할 권한을 갖는가와 그 권한을 언제까지 써야 하는가였다. 무엇이 아이들의 상태를 실제로 개선하는지는 이 표결들의 쟁점이 아니었다.
아동 안전 진영도 갈렸다. 딸을 잃은 뒤 온라인 안전 운동을 이끌어온 몰리 로즈 재단의 이언 러셀은 금지가 정치적으로 쉬운 길이며 기업의 사업 모델과 제품 안전을 손대는 쪽이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살해된 딸의 이름으로 활동해온 에스더 게이는 정부 발표를 환영하며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아이를 잃은 부모다.
2026년 1월에는 아동보호 단체와 온라인 안전 단체, 학계, 유족을 포함한 42개 주체가 공동성명을 냈다. 금지가 선의에서 출발했더라도 아이들과 위협을 함께 다른 공간으로 옮길 뿐이며, 16세가 되는 순간 아무 준비 없이 고위험 플랫폼으로 떨어지는 절벽을 만든다는 것이 요지였다. 국제앰네스티는 진단은 옳고 처방이 틀렸다고 논평했다.
결국 신분증은 모두가 낸다
특정 연령 이하를 걸러내려면 시스템은 모든 사용자의 나이를 알아야 한다. 일부의 나이만 확인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연령 기반 규제가 피할 수 없는 청구서다.
영국 통신규제청이 2026년 5월 내놓은 아동 온라인 경험 보고서는 지금 규제가 서 있는 출발선을 보여준다. 최소 이용 연령이 13세인 서비스를 8~12세 아동의 90%가 이미 쓰고 있었고, 8세만 놓고 봐도 76%였다. 아동 안전 의무가 시행된 뒤 연령 증명을 요구받았다는 응답은 41%에서 51%로 늘었지만, 같은 조사에서 13~17세의 16%가 연령 확인을 우회하는 방법을 안다고 답했다.
영국 통신규제청은 2026년 7월 별도 보고서에서 연령 확인이 전례 없는 규모로 배치되고 있지만 SNS 기업들이 자사의 최소 연령조차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구현된 고효과 연령 확인은 작동하며 향후 16세 미만 제한의 토대가 될 것이라면서도, 현재 업체들이 쓰는 연령 추정 방식으로는 가입 시점에서 아동을 막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래서 제대로 하려면 더 강한 확인이 필요하고, 더 강한 확인은 모든 사용자에게 적용된다. 영국 BBC의 분석은 이 지점을 짚었다. 금지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다음 봄부터 수백만 명이 생년월일이 담긴 공식 신분증을 여러 플랫폼에 제출해야 할 수 있다는 것. 어른들도 포함해서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10개 원칙 중 다섯 번째가 연령확인 시스템에 가드레일을 두라는 항목인 이유가 여기 있다. 수집과 저장에 엄격한 요건을 걸고, 제3자 위탁 시 투명성을 확보하고, 신분증이 없는 사람도 배제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잘못 설계된 연령확인은 목표 달성에도 실패하면서 아이와 어른 모두의 프라이버시를 위험에 빠뜨린다.
영국에서는 검열 반대 단체와 시민자유 단체가 연합 캠페인을 띄웠다. 이들의 주장은 아이를 지키기 위한 조치가 결과적으로 인구 전체의 신원 데이터를 플랫폼에 넘기고, 정작 기업은 설계 책임에서 벗어나게 만든다는 것이다. 얼굴 스캔과 연령 증명 데이터가 유출될 가능성도 함께 지적된다.
그래도 실패라고 부르기엔 이르다
반대편 이야기도 정확히 옮길 필요가 있다. 초기 준수율이 낮다는 사실만으로 정책이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금지가 답이 아니라면 무엇이 답인지에 대한 제안도 이미 나와 있다.
런던 퀸메리대의 데니스 오그린 교수는 뉴캐슬대 연구를 정책 입안자를 위한 이른 현실 점검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패를 결론짓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핵심 질문은 이용량이 줄었는지가 아니라 정신건강과 수면, 유해 콘텐츠 노출 같은 결과가 개선되는지라는 것이다. 정책 이행이 안정되고 영향이 드러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린다는 지적도 호주 연구진 쪽에서 나왔다.
뉴캐슬대 연구 자체도 단서를 남겼다. 이 규제는 이미 SNS를 쓰고 있는 청소년을 떼어내는 데는 약하지만, 아직 진입하지 않은 더 어린 아이들의 진입을 늦추는 데는 유효할 수 있다는 것. 호주 온라인안전위원장 줄리 인먼 그랜트도 비슷한 선에서 방어한다. 계정 접근을 늦추는 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지만, 그동안 마찰이 전혀 없던 시스템에 마찰을 만든다는 것. 호주 부모들 사이에서도 이 조치가 아이와 대화할 근거를 만들어줬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의 사후 데이터도 셧다운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자정 이후 접속은 실제로 줄었다. 다만 그 감소가 과몰입 지표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금지 대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나온 제안들이 의외로 한 방향을 가리킨다.
공통점이 있다. 세 제안 모두 아이를 공간에서 빼내는 대신 공간 자체를 바꾸거나, 아이가 그 공간을 다룰 능력을 키우는 쪽이다. 그리고 셋 다 금지보다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들고, 정치적으로 생색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채택되기 어렵다.
근거의 상태도 여전히 어정쩡하다. SNS 이용과 청소년 정신건강의 연관을 다룬 연구들을 묶어 검토한 결과, 전체적으로 연관은 약하고 연구마다 일관되지 않았다. 인과인지, 양방향인지, 제3의 요인 때문인지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2023년 한 소아과 학술지에 실린 연구는 과도한 SNS 이용이 정신건강 악화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일 수 있다고 제시했고, 아이들이 어른의 감독 없이 놀고 돌아다닐 기회가 줄어든 것을 더 근본적인 변화로 지목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10개 원칙의 마지막 항목이 증거를 계속 수집해 대응을 개선하라는 것인 이유다. 규제 기관이 무엇이 효과가 있는지 계속 확인하려면, 기업이 독립 연구자에게 데이터를 열어야 한다. 케임브리지대의 에이미 오벤 교수는 이 지점을 짚는다. 플랫폼 기업들이 매일 수억 명의 청소년을 관찰하면서도 내부 연구 데이터는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