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려는 건 배 한 척과 비행기 한 대, 그리고 전투는 하지 않는다
9월 4일 중앙일보는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군수지원함과 해상초계기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기사에 등장한 자산은 해군 소양급 군수지원함(AOE-II, 만재배수량 2만 3,000톤급)과 P-8A 초계기다. 군수지원함이 가면 승조원 140여 명이 함께 간다.
눈여겨볼 것은 자산의 성격이다. 군수지원함도 초계기도 전투 자산이 아니다. 보도는 이를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했다. 국방부는 군사대비태세와 국내법 절차를 감안해 실질적 기여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만 밝혔고, 청와대는 같은 날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 압박이 있다. 그는 7월 트루스소셜에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 관련 협조를 물었더니 사양한다는 답을 들었다고 적었고, 언론 인터뷰에서는 나토와 한국을 콕 집어 중동 문제를 돕지 않고 있다며 기억해 두겠다고 말했다.
파병이 실제로 이뤄지려면 국가안전보장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헌법 제60조 제2항이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훈령은 그 절차를 국제 요청 접수, 현지 실사, 대통령 재가 및 국무회의 의결, 국회 동의, 파병 준비, 파병 실행의 순서로 정해 두고 있다.
이 기사가 다루는 파병은 아직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근거는 언론 보도 한 건이고, 청와대는 부인했으며 국방부도 세부 사항을 확인하지 않았다. 아래 분석은 "정부가 이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면 왜 하필 이 형태인가"를 묻는 것이지, 파병이 결정됐다는 전제 위에 서 있지 않다.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통계로 이미 나와 있었다
육군3사관학교 윤희철 교수는 2025년 『한국과 국제사회』에 미국 동맹국의 파병 결정을 다룬 논문을 실었다. 1950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이 개입한 전쟁 15건, 663개의 연도-국가 관측값을 로지스틱 회귀로 분석한 연구다. 질문은 단순하다. 어떤 동맹국은 참전하고 어떤 동맹국은 참전하지 않는데,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답은 '의존도'였다. 미국에 대한 군사적 의존도(자국에 주둔한 미군 병력수)와 경제적 의존도(대미 무역량, 미국의 경제원조)가 높을수록 미국이 개입한 전쟁에 참전할 확률이 유의하게 높아졌다.
| 변수 | 계수 | 방향 | 유의성 |
|---|---|---|---|
| (로그) 주둔 미군 병력수 | .197 | 참전 확률 ↑ | p<.05 |
| (로그) 대미 무역량 | .748 | 참전 확률 ↑ | p<.001 |
| 미국의 경제원조 | 5.44e-10 | 참전 확률 ↑ | p<.01 |
| (로그) 동맹국 GDP | -.286 | 참전 확률 ↓ | p<.05 |
| 분쟁지역 국경 인접 | 1.907 | 참전 확률 ↑ | p<.01 |
| 동맹국 군사력(병력수) | .149 | — | 유의하지 않음 |
| 동맹국 민주주의 지수 | .023 | — | 유의하지 않음 |
| 냉전 시기 여부 | .872 | — | 유의하지 않음 |
| 모형 적합도 X²=127.20 (p<.001), N=663, 설명력 42.1%. 윤희철(2025) 표 4를 재구성. | |||
이 표에서 흥미로운 건 유의하지 않은 쪽이다. 동맹국의 군사력도, 민주주의 수준도, 냉전이라는 시대 조건도 파병 여부를 가르지 못했다. 논문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상대와 동맹을 맺은 순간 이미 비대칭성이 내재화되어, 동맹국이 가진 군사력이나 정치체제 같은 변수로는 미국의 참전 요구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구조를 설명하는 개념이 방기(abandonment)와 연루(entrapment)다. 방기는 안보 위기가 닥쳤을 때 동맹국이 약속한 원조를 주지 않는 상황이고, 연루는 자기 이익과 무관하거나 일부만 겹치는 분쟁에 원치 않게 끌려 들어가는 상황이다.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방기가 두렵기 때문에, 그 두려움을 덜기 위해 스스로 연루를 택한다.
참전 요청을 거절하려면 방기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교적 지원의 감소, 군사력 철수, 평판의 손실을 견딜 수 있는 나라만 거절할 수 있다.
— 윤희철(2025)이 정리한 연루의 메커니즘한국을 대입하면 답이 빠르게 나온다. 주한미군 주둔, 대미 무역 규모, 그리고 최근의 대미 투자 국면까지, 논문이 지목한 변수는 모두 상승 방향이다. 논문 스스로도 결론에서 한국을 명시하며, 원치 않는 전쟁에 연루되지 않으려면 미국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제언한다.
다만 한 변수가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동맹국의 GDP가 클수록 파병 확률은 오히려 낮아졌다. 논문은 이를 경제적 힘이 커지면 미국에게 대등한 외교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근거로 읽는다. 한국은 세계 상위권 경제 규모를 가졌는데도 압박을 받고 있다. 두 변수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지점이 지금 한국이 서 있는 자리다.
논문 본문은 주둔 미군 병력수가 한 단위 늘 때 파병 확률이 7% 증가한다고 서술하지만, 같은 논문 표 4의 한계효과(dy/dx) 값은 .007로 0.7%에 해당한다. 본문과 표가 어긋나 있어 이 기사에서는 본문과 표가 일치하는 무역량 수치(dy/dx .027 → 2.7%)만 인용했다. 또한 이 연구는 2014년까지의 데이터를 쓰며, 논문 스스로 무역 총액 대신 GDP 대비 대미 무역 비중을 썼어야 더 정확했을 것이라고 한계를 밝히고 있다.
비전투를 고르는 방식에도 이름이 있다
거절이 어렵다는 것과 무엇을 보낼지는 다른 문제다. 후자를 설명하는 연구가 2026년 3월 『국방연구』에 실렸다. 건양대 남석진·지효근은 허버트 사이먼의 '제한된 합리성' 이론으로 레바논 동명부대 파병 결정을 뜯어봤다.
사이먼의 핵심 개념은 만족화(satisficing)다. 정책결정자는 완전한 정보와 무한한 계산 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므로, 최적의 해법이 아니라 "이 정도면 충분한" 대안을 고른다는 것이다. 두 저자는 여기에 위협(threat)과 취약성(vulnerability)을 축으로 얹어 'TV-S 모형'이라 이름 붙였다.
레바논 사례는 이렇게 흘렀다.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 이후 유엔 안보리가 결의 1701호로 UNIFIL 임무 확대와 병력 증강을 회원국에 요청했다. 정부는 그해 9월 현지 실사단을 보냈고, 11월 13일 국무회의 의결, 11월 15일 국회 제출을 거쳐 찬성 119표로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2007년 7월 19일, 약 350명의 동명부대가 레바논 남부 티르에 파견됐다.
두 축이 맞물린 결과가 비전투형 임무였다. 동명부대는 공병, 의료, 민사작전 중심으로 편성됐다. 현지 무력 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유엔 평화유지활동의 목적은 일정 수준 달성하는 구성이다. 논문은 이를 국내 여론의 반대 정서와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기여 수준을 동시에 충족시킨 정치적·전략적 절충안이라고 평가한다.
같은 패턴은 반복됐다. 2013년 남수단 한빛부대 역시 전투부대 파병의 부담을 피하고 공병·의무 중심으로 갔다. 당시 한국군은 이미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UAE에서 파병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 구분 | 레바논 · 2007 | 남수단 · 2013 | 호르무즈 · 2026(검토) |
|---|---|---|---|
| 위협 | 안보리 1701호, 미국·프랑스 요청, 한미동맹 재조정 | 안보리 UNMISS 창설 요청, 중견국 위상 손상 우려 | 트럼프의 공개 압박, 대미 투자·통상 국면의 경색 |
| 취약성 | 이라크 파병 피로감, 다중 파병, 북핵 국면 | 레바논·아프간·UAE 동시 파병, 군수 부담 | 3월 조사 반대 60.9%, 이란 관계, 원유 수송로 의존 |
| 선택 | 비전투 공병·의료·민사 350명 | 비전투 공병·의무 중심 | 비전투 군수지원함 + 초계기 |
| 앞의 두 칸은 남석진·지효근(2026)의 분석을, 마지막 칸은 보도된 검토안을 같은 틀에 대입한 것이다. | |||
정부가 고른 것은 최선이 아니다. 최선을 고를 수 없는 조건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차선이다.
— 사이먼의 만족화가 파병 결정에 남기는 흔적여론이 아니라 국제법도 이 답을 좁히고 있었다
만족화를 정치의 산물로만 읽으면 절반만 본 것이다. 호르무즈에는 파병 함정이 할 수 있는 일에 법적 천장이 걸려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이기범 연구위원이 2020년 이슈브리프에서 정리한 내용이다.
출발점은 의외의 사실이다. 이란은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 아니다. 서명만 했고 비준 절차를 밟지 않았다. 그 이전 규범인 1958년 영해 및 접속수역에 관한 협약도 마찬가지로 서명에 그쳤다. 따라서 협약이 마련한 '통과통항' 제도를 호르무즈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이 적용되나. 국제관습법이다. 국제사법재판소는 1949년 코르푸 해협 사건에서 평시에는 군함조차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 무해통항을 할 수 있으며, 해협 연안국이 이를 막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브리프는 이 법리를 근거로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가 국제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정리한다.
그런데 같은 법리가 반대편도 묶는다. 인정되는 통항 방식이 무해통항인 이상, 파병 함정이 할 수 있는 것은 상선과 나란히 정선 없이 통과하는 것까지다.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하며 통과한다면 그건 이미 무해통항이 아니다. 미국 주도로 창설된 호르무즈 호위연합체(IMSC)에 무력사용을 허용하는 안보리 결의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대함 미사일 등으로 무력공격을 받는다면 자위권 발동은 가능하다.
비전투라는 선택은 국내 여론이 만든 타협인 동시에, 애초에 그 이상을 허용하지 않는 법적 상한이기도 하다.
— 정치적 만족화와 법적 천장이 겹치는 지점여기서 이번 검토안을 다시 보면 걸리는 대목이 있다. 브리프는 두 권리를 구분한다. 통과통항권은 군용 여부와 무관하게 항공기와 선박 모두가 누리지만, 무해통항권은 선박만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호르무즈에서 인정되는 것은 무해통항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폭은 21해리에서 52해리이고, 가장 좁은 이란 라라크섬과 오만 그레이트 쿠오인 사이는 이란·오만 양국의 영해로만 덮여 있다. 논리대로라면 P-8A 초계기는 이란 영해 상공을 무해통항으로 지나갈 근거를 갖지 못한다. 같은 파병안에 담긴 두 자산의 법적 지위가 서로 다르다는 뜻이다.
바로 위 문단은 브리프가 직접 내린 결론이 아니라, 브리프가 명시한 조항 구분에서 이 기사가 끌어낸 추론이다. 실제 초계기는 아라비아해나 오만만 쪽 공해 상공에서 운용되면 이 쟁점을 피해 갈 수 있다. 또 브리프는 '상선 호위'를 전제로 쓰였는데, 군수지원함의 실제 임무는 우방국 함정 보급에 가깝다. 그것이 무해통항의 범위 안인지, 이란 눈에 중립적 행위로 보일지는 이 자료가 답하지 않는 공백이다. 브리프 자체도 2020년 2월 자료라, 이란의 협약 지위와 IMSC 운용 현황은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2020년에도 갔다, 다만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뿐
이번 검토를 두고 "이라크 파병 이후 20여 년 만"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미국의 공식 요청으로 파병이 공식화되는 경우를 기준으로 하면 맞는 말이지만, 한국 함정이 호르무즈에 간 것은 6년 전에도 있었다.
2020년 1월 14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호르무즈 파병 문제가 논의됐고, 일주일 뒤인 1월 21일 국방부는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발표했다. 배경에는 이란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군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뒤 이란이 다시 꺼내 든 봉쇄 위협이 있었다.
핵심은 형식이었다. 청해부대는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호위연합체에 소속되지 않았다. 아산 브리프의 표현으로는 '독자적인' 파병이다. 미국의 요구에는 응하되 연합체에는 들어가지 않는 방식으로, 이란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압박을 넘긴 회피 경로였던 셈이다.
그래서 2026년의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그 회피 카드가 지금도 남아 있는가. 2020년의 압박은 외교 경로를 통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미국 대통령이 실명을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대미 투자와 통상 현안으로 한미 관계가 경색된 국면이기도 하다. 6년 전과 같은 수를 두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
국민이 반대한 것과 정부가 고른 것은 같은 물건이 아니다
리얼미터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026년 3월 17~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호르무즈 파병 여론을 조사했다. 무선 100% ARS 방식, 응답률 3.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결과는 반대 우세였다. 해군 파병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0.9%, 그중 '매우 반대'가 37.2%였다. 찬성은 34.4%로 26.5%포인트 차이가 났다. 반대 이유로는 미국 주도의 국제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45.1%)과 군 인명 피해 및 교전 위험(36.4%)이 앞섰고, 찬성 이유는 한미동맹 강화 및 대미 신뢰 유지(56.8%)가 절반을 넘었다. 파병 시 인명 피해와 교전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응답은 83.3%에 달했다.
그런데 같은 조사 안에 다른 질문이 하나 더 있다. 정부가 파병을 결정한다면 어떤 방식이 가장 적절한가.
파병 자체에는 반대하지만, 간다면 비전투 방식으로 가라는 것이 여론의 모양이다. 그리고 파병 여부와 별개로 정부의 최종 판단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65.7%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27.9%)의 두 배를 넘었다. 의견은 갈리지만 결정 권한 자체는 인정하는 구조다.
이 조사는 3월에 이뤄졌고, 물어본 대상은 '군함 파견'이다. 9월에 보도된 검토안은 비전투 자산이라 질문의 전제가 다르다. 따라서 반대 60.9%라는 수치를 이번 검토안에 대한 반대율로 읽으면 부정확하다. 같은 조사에서 방식 선호를 물은 문항이 이번 사안에는 더 가깝다. 또한 이 조사는 단일 기관의 한 차례 조사이며, 응답률 3.9%의 ARS 방식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