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은 줄어드는데, IMAX 앞엔 줄이 선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습관처럼 극장에 가는 사람은 확실히 줄었다. 그런데 ‘특별관’을 향한 발걸음만은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응답자의 77.7%는 예전보다 영화관을 덜 찾는다고 답했다. 실제 관람 비율도 2019년 87.9%에서 76.3%까지 내려왔다.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도(72.3%)마저 2019년(81.5%) 이후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영상미나 음향이 중요한 영화는 극장에서 본다"는 응답은 72.0%로 여전히 높았고, "IMAX·4D 등 특별 상영관을 일부러 찾는다"는 응답도 59.1%로 과반을 넘었다. 특히 20·30대는 관람 자체를 하나의 취향 활동으로 소비한다. 포토 티켓을 제작하는 비율이 20대 43.4%, 30대 44.8%, 영화관 굿즈를 구매하는 비율은 20대 37.7%, 30대 26.4%였다.
이제 극장은 ‘아무 영화나’ 보러 가는 곳이 아니다. ‘이 영화는 이 스크린이어야 한다’는 판단이 설 때만 가는 곳이 됐다.
특별관이 파는 건 화면 크기가 아니다
응답자의 87%가 IMAX·4D·VR 같은 체험형 상영관을 이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만족으로 이어졌다.
"일반 영화보다 몰입감이 높다"는 평가가 68.9%, "특별한 경험을 준다"는 평가가 70.0%였다. 앞으로 이런 상영관을 더 자주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84.9%에 달했다. 특별관이 파는 것은 결국 스크린 면적이 아니라 ‘극장에서만 가능한 몰입감’이라는 경험 그 자체다.
할리우드가 중소 예산 영화는 스트리밍으로 보내고 대작 위주로 라인업을 재편할수록, 이 프리미엄 스크린의 존재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관객이 정말 보고 싶어 하는 건 폭발하는 액션과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가장 좋은 조건’에서 보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다만 ‘IMAX’라는 이름표를 붙였다고 다 같은 IMAX는 아니다. 2000년대 중반 할리우드가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면서, IMAX도 기존의 거대한 70mm 필름 상영관 대신 훨씬 저렴한 디지털 상영관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존 멀티플렉스 스크린 하나를 IMAX 디스플레이·음향 장비로 개조하는 방식이었는데, 화면비도 정통 IMAX의 1.43:1이 아닌 와이드스크린 1.90:1에 가까웠다. 가격은 그대로 프리미엄인데 체감 차이는 크지 않다는 불만이 나왔고, 팬들은 이런 상영관에 ‘라이맥스(LieMAX)’라는 별명을 붙였다.
순수주의자들은 여전히 70mm 필름 쪽 화질이 앞선다고 말하지만, 대중 관객에게 IMAX를 선택하는 이유는 결국 단순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크면 클수록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단순한 약속이 지금 극장 산업의 흥행 카드로 쓰이고 있다.
주가가 증명한 특별관의 힘
2025년 극장 관련주의 명암은 ‘특별관을 얼마나 갖췄는가’에서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별관에 집중한 IMAX는 2025년 주가가 44% 넘게 뛰었고, 연간 글로벌 박스오피스는 12억 8천만 달러로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2024년보다 40% 늘었고, 종전 최고치였던 2019년보다도 13% 높다. 반면 일반 상영관 비중이 큰 AMC는 60%대, 시네마크는 25%, 마커스는 28% 안팎 주가가 빠졌다.
| 종목 | 2025년 주가 등락 | 비고 |
|---|---|---|
| IMAX | +44% | 연간 박스오피스 12.8억 달러, 역대 최고 |
| AMC | -60%대 | 팬데믹 이전 리모델링 부채 부담 지속 |
| 시네마크 | -25% | 1분기 순손실 후 2·3분기 흑자 전환 |
| 마커스 | -28% | 극장·호텔 겸영 |
| 자료: FactSet, CNBC (2026.1.9 보도) | ||
IMAX는 극장을 직접 소유하지 않는다. 체인들의 상영관에 장비만 설치하고 박스오피스 수익을 나눠 갖는 ‘자산 경량화’ 구조라, 부동산과 부채 부담을 지는 다른 체인들보다 몸이 가볍다. 실제로 2025년 1분기 AMC·시네마크·마커스가 모두 순손실을 냈던 동안, IMAX는 세 분기 내내 흑자를 기록했다.
대신 극장과 스튜디오는 티켓 매출의 최대 12.5%를 IMAX에 떼어주고, 스크린·프로젝터 유지보수 비용까지 별도로 부담한다. 그런데도 체인들이 계약을 계속 유지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AMC 최고경영자 애덤 아론은 IMAX 좌석 하나가 일반 좌석보다 약 4배 많은 매출을 낸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내 IMAX 스크린의 절반가량이 AMC 극장에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레갈은 RPX, 시네마크는 시네마크 XD, AMC는 프라임과 돌비 시네마라는 자체 프리미엄 상영관을 따로 운영하면서도, 여전히 IMAX와의 계약을 놓지 않는다.
상영관이 적어질수록 관객은 ‘아무거나’가 아니라 ‘확실한 것’을 고른다. 그 확실함을 가장 잘 팔아온 게 특별관이다.
‘오디세이’ 티켓팅은 왜 전쟁이 됐을까
크리스토퍼 놀란은 신작 ‘오디세이’를 IMAX 70mm 필름 카메라로만 촬영했다. 큰 화면이 아니면 애초에 다른 영화가 되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2026년 7월 17일 개봉인 이 영화의 IMAX 70mm 티켓은 개봉 정확히 1년 전인 2025년 7월 중순, 촬영조차 끝나지 않은 시점에 먼저 판매를 시작했다. 소식이 퍼지자 IMAX 팬들이 모인 디스코드 서버에는 이틀 전부터 밈이 돌았고, 서로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메시지가 오갔다. 자정이 되자 ‘Weaponized Autism’, ‘Matt(Imp the Dimp)’ 같은 닉네임의 이용자들이 일제히 예매 창에 달려들었다. 전 세계 70mm 상영관이 단 30곳뿐인 탓에, 티켓은 채 한 시간도 안 돼 95%가 팔려나갔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도 마냥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뉴욕 링컨스퀘어 IMAX의 ‘L21’ 좌석을 광적으로 아끼는 한 이용자는 여러 회차의 티켓을 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그 좌석은 예매가 열리기도 전에 사라져 있었다며 허탈해했다. 미국 중서부 극장 체인 스튜디오C의 사전 예매는 놀란의 전작 ‘오펜하이머’ 같은 시점 대비 132% 수준까지 올라갔고, 한 지점은 세 시간에 가까운 상영 시간에 맞춰 오전 7시 커피·샌드위치 상영회까지 열었다.
개봉일 오전 7시 IMAX 상영이 매진된 것도, 리셀 시장에 웃돈이 붙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들이 쫓는 건 ‘그 영화를 봤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스크린에서 봤다’는 경험이다.
감독들의 신도가 된 팬들
IMAX 팬덤이 이토록 뜨거워진 데는 특정 감독 한 명의 지분이 크다. 그리고 그 신뢰를 20년 가까이 뒷받침해 온 한 엔지니어가 있었다.
놀란이 IMAX 카메라로 처음 정식 촬영에 나선 건 2008년 ‘다크 나이트’의 오프닝 은행 강도 장면이었다. 장편영화 최초로 65파운드짜리 IMAX 필름 카메라를 실제 촬영에 투입한 시도였다. 이후 ‘인셉션’을 제외한 놀란의 모든 작품이 IMAX 70mm에 점점 더 깊이 의존해 왔고, 2014년 ‘인터스텔라’는 아날로그 필름관에서 먼저 개봉해 IMAX 포맷 오프닝 스코어 기록을 새로 썼다. 2023년 ‘오펜하이머’는 전 세계 스크린의 1%에 불과한 IMAX에서 전체 흥행 수익의 20%를 벌어들였다.
이 신뢰의 실무를 오랫동안 책임진 사람이 IMAX의 기술 총괄이었던 데이비드 케일리다. 그는 놀란의 모든 IMAX 영화에 동행하며 ‘테넷’의 역재생 촬영, ‘오펜하이머’의 흑백 촬영처럼 놀란이 자초한 기술적 난제를 함께 풀었다. 2011년부터는 IMAX 영화 엔딩크레딧에 그의 이메일 주소를 넣어, 팬들이 각 지역 상영관의 초점이 흐리다거나 특정 상영관이 듀얼 레이저 프로젝터를 쓰는지 같은 질문을 직접 보낼 수 있게 했다. 케일리는 지난 8월, ‘오디세이’ 촬영이 끝난 직후 77세로 세상을 떠났다.
놀란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제임스 카메론, 조던 필 같은 감독들도 IMAX에 맞춰 영화를 설계해 왔고, 최근에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신작 ‘원 배틀 애프터 애나더’도 가세했다. 이 영화는 1950년대 대형 포맷인 비스타비전으로 촬영됐지만 IMAX용으로 다시 다듬어 개봉됐고, 주요 극장 체인 사전 예매의 70%가 IMAX 회차로 몰렸다.
Z세대는 특별관에서 극장을 다시 배웠다
올해 북미 박스오피스는 팬데믹 이전 이후 가장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억 달러를 넘긴 영화만 벌써 14편이 넘는다.
눈에 띄는 건 대작만이 아니다. 유튜브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Z세대 감독들의 저예산 공포영화 두 편도 흥행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뉴욕타임스 수석 영화평론가 마놀라 다지스는 이 현상을 ‘Z세대가 극장을 떠났다’는 진단이 너무 이른 일반화였다고 짚었다.
팬데믹 이후 회복에는 원래 시간이 걸린다. 친구들과 어둠 속에서 함께 웃고 소리 지르는 경험 자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 마놀라 다지스, 뉴욕타임스 수석 영화평론가그가 짚은 또 하나의 흐름은 젊은 관객들 사이에서 번지는 ‘재개봉 열풍’이다. 집에서도 볼 수 있는 옛날 영화를 굳이 돈을 내고 극장에서 다시 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 큰 화면으로 보는 경험은 집에서 보는 것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습관적 관람은 줄었어도, ‘극장에서만 가능한 무언가’를 향한 갈증은 오히려 세대를 넘어 커지고 있다.
극장에 필요한 건 스크린이 아니라 이유였다
영화관이 줄어드는 흐름 자체를 되돌릴 방법은 없다. OTT는 이미 일상적인 관람 습관을 가져갔고, 그 자리를 다시 빼앗아 올 수는 없다.
대신 극장 산업이 찾아낸 답은 명확하다. ‘아무 영화관’으로는 승부할 수 없지만,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경험’은 여전히 팔린다. IMAX의 주가와 ‘오디세이’의 매진 행렬, 8,000명에서 53,000명으로 불어난 팬 커뮤니티, 84.9%에 달하는 특별관 재이용 의향은 모두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이 열기를 지탱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디스코드에서 밤새 티켓팅 전략을 짜는 팬들, 엔딩크레딧의 이메일 주소에 답장을 보내던 엔지니어, 필름 카메라의 무게를 감수하고서라도 ‘그 장면은 IMAX에서 봐야 한다’고 믿는 감독들.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다르지 않다. 밋밋한 선택지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왜 지금, 왜 여기서 봐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이유가 있는 콘텐츠만, 그리고 그 이유를 믿어주는 커뮤니티만 사람을 움직인다.
-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 2025년 영화 관람 태도 조사
- CNBC, "How IMAX crushed other theater stocks in 2025"
- Business Insider, "Why fans are paying $600..."
- The New York Times, Times Insider 인터뷰
- The Ringer, "One Battle (for IMAX Tickets) After Ano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