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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cohol & Consumption · 2026

300만㎘가 깨졌다
— 세계가 예고한 감소에
한국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글로벌 주류 시장 조사기관 IWSR은 세계 술 소비가 2031년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국세청 확정 통계를 열어보면, 한국의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25년에 298만㎘까지 내려앉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처음 보는 숫자다.

분석 근거국세청 주류 출고량(1994~2024)·주세 신고 현황(2021~2025)
IWSR 10년 전망 · OECD Health at a Glance 2025
핵심 개념출고량 · 기준판매비율 · 음주자 1인당 소비량
독자 대상술이 줄어드는 이유를 숫자로 보고 싶은 독자
2,988천㎘
2025년 국내 주류 출고량(국내분)
국세청, 1998년 이후 최저
-21.5%
2014년 정점(3,808천㎘) 대비 감소폭
11년간 820천㎘ 증발
-2%
2024→2025 세계 증류주·맥주·와인 소비량 변화
IWSR, 160개 시장 기준
+17%
같은 기간 성장이 전망된 유일한 대형 카테고리, RTD
IWSR, 2025~2035 전망
Chapter 01 · 숫자

300만이라는 선

국세청 주세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주류 출고량은 2,987,726㎘였다. 1994년 이후 통계에서 이 선 아래로 내려간 해는 딱 한 번,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2,922천㎘)뿐이다. 소주값이 올랐다거나 회식이 줄었다는 체감이 아니라, 확정 통계에 찍힌 숫자다.

흐름을 길게 펴 보면 이야기가 분명해진다. 한국의 주류 출고량은 2000년대 내내 늘어 2014년 3,808천㎘로 정점을 찍었다. 그 뒤로는 코로나 시기의 반짝 반등(2022년)을 제외하면 거의 한 방향이다. 2025년까지 11년 동안 21.5% 감소했다. 사라진 양은 820천㎘, 500㎖ 병으로 환산하면 16억 병이 넘는다.

Figure 01 — 국내 주류 출고량 (국내분)
단위: 천㎘ · 1994~2025 · 자료: 국세청
3,000 3,200 3,400 3,600 3,800 2014년 정점 3,808 1998년 2,922 2025년 2,988 1994 2005 2015 2025
국내에서 제조·출고된 물량(국내분) 기준. 수입 주류는 별도 계열로 집계되며 2024년 364천㎘였다. 2004년까지는 출고량을 신고한 연도, 2005년부터는 실제 출고한 연도 기준이다.

금액과 세금도 같은 방향이다. 2025년 주류 출고금액은 9조 6,952억 원으로 전년(10조 575억 원)보다 3.6% 줄었고, 결정세액은 2조 4,352억 원으로 2023년(2조 8,233억 원) 대비 13.7% 감소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짚고 가야 한다.

구분20212022202320242025
출고량 (천㎘)3,1003,2693,2373,1512,988
출고금액 (조 원)8.839.9710.0710.069.70
결정세액 (조 원)2.462.792.822.552.44
자료: 국세청 주세 신고 현황.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
읽을 때 주의

세수 감소를 곧바로 소비 감소로 읽으면 안 된다. 2024년 도입된 기준판매비율은 국산 주류의 과세표준을 낮추는 제도다. 결정세액이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크게 꺾인 데에는 이 제도 변경분이 섞여 있다. 세금은 소비량의 대리지표가 아니다.

출고량은 소비량이 아니다. 제조장에서 나간 물량이라 유통 재고와 수출분이 포함되고, 수입 주류는 별도 계열이다. 이 글이 다루는 건 '한국에서 만들어 시장에 나간 술의 총량'이며, 그 총량이 27년 만의 저점을 찍었다는 사실이다.


Chapter 02 · 세계

2031년까지는 계속 줄어든다

2026년 6월, 주류 시장 조사기관 IWSR은 160개 시장을 대상으로 한 첫 10년 장기 전망을 내놓았다. 결론은 짧다. 세계 술 소비량은 2031년 이후까지 계속 감소하고, 2035년에도 2025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다.

증류주·맥주·와인을 합친 소비량은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이미 2% 줄었다. 로이터와 유로뉴스가 전한 IWSR 전망에 따르면 감소는 2031년 이후까지 이어지고, 2035년 총량은 2025년보다 1% 낮은 자리에 머문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법정 음주 가능 연령 인구가 9%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1인당으로는 훨씬 가파른 하강이다. 실제로 1인당 순알코올 소비량은 10년간 약 0.5리터, 증류주 두 병 분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감소는 전통적 대형 시장에 집중된다. 중국과 미국은 2035년까지 소비량이 5분의 1 가까이 줄고, 일본·독일·영국이 그 뒤를 잇는다. 반대로 인도는 38% 늘어 2032년이면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 시장이 된다는 전망이다.

Figure 02 — 2025~2035 주류 소비량 전망
주요 시장별 변화율 · 자료: IWSR 10년 전망(2026.6)
인도
+38%
콜롬비아
+26%
베트남
+15%
멕시코
+13%
중국
-19%
미국
-18%
일본
-15%
독일
-14%
영국
-13%
중국·미국은 IWSR이 '5분의 1에 가까운 감소', 로이터 보도 기준 '18% 이상 감소'로 제시한 값을 각각 -19%, -18%로 표기했다. 막대 길이는 절댓값 비율.

카테고리별로 보면 방향이 더 선명하다. 2025~2035년 와인은 14% 줄고, 증류주는 2%, 맥주는 1% 감소한다. 유일하게 늘어나는 대형 카테고리는 캔 칵테일 같은 RTD(즉석음용주)로 17% 성장이 전망됐다. IWSR은 2025년 세계 RTD 소비가 처음으로 9리터 케이스 기준 10억 상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2025년 실적만 따로 보면 하강은 더 급하다. 세계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22개 시장에서 총 주류 물량은 2%, 금액은 4% 줄었다. 카테고리별로는 증류주가 물량 4%·금액 9% 감소로 가장 나빴고, 와인은 물량 4%·금액 2% 감소, 맥주는 물량 2% 감소에 금액은 보합이었다. 반면 RTD는 물량 2%·금액 4% 늘었고, 무알코올 맥주는 물량 8%·금액 12% 증가했다. IWSR은 감소의 상당 부분이 중국 바이주 소비 위축에서 왔다고 짚었다. 실제로 국가 증류주 항목을 빼면 전년 대비 금액은 보합이었다.

2035년의 시장 지형은 지금 우리가 보는 것과 완전히 다를 것이다.

마르텐 로데베익스, IWSR 대표 (2026.6)

Chapter 03 · 이유

술이 줄어든 게 아니라 술자리가 줄었다

업계는 물가와 경기를 먼저 꼽는다. 하지만 여러 시장의 데이터를 겹쳐 보면 경기 변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층이 하나 더 있다. 마시는 이유 자체가 바뀌었다는 층이다.

미국에서는 갤럽 조사 기준으로 술을 마신다고 답한 35세 미만 성인 비율이 20년 사이 10%포인트 떨어져 2021~2023년 62%가 됐다. 국립약물남용연구소 자료에서도 청년층의 음주 지표는 2000년 무렵부터 이미 내리막이었다. TIME이 인용한 전문가들은 그 배경으로 건강 인식 변화와 함께 대면 사교 시간의 축소를 지목한다. 미국 공중보건국장 보고서에 따르면 친구와 직접 만나 보내는 시간은 2003년 월 30시간에서 2020년 월 10시간으로 줄었고, 감소폭은 15~24세에서 가장 컸다. 술은 사회적 약물이다. 모임이 줄면 술도 준다.

한국이 참고할 만한 사례는 오히려 중국이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국가 증류주인 바이주 생산량은 9년 연속 줄어 2016년 정점의 4분의 1 수준까지 내려갔다. 우량예가 의뢰한 조사에서 25~35세 응답자 중 바이주를 선호주로 꼽은 비율은 5분의 1에 그쳤다. 2020년 한 은행 신입사원이 건배를 거부했다가 상사에게 뺨을 맞았다는 폭로는 관련 해시태그 조회수 8억 7,000만 회를 기록하며 직장 내 강권 문화 논쟁으로 번졌다. 광저우의 한 음식평론가는 이 변화를 이렇게 요약했다.

젊은 세대는 술을 거부하는 게 아니다. 윗세대의 음주 방식을 거부하는 것이다. 마시고 싶을 때 마시지, 마셔야 해서 마시지 않는다.

샤오링, 광저우 식음료 평론가 — 워싱턴포스트(2026.7.28)

건강 정보의 무게도 달라졌다. 2025년 1월 미국 공중보건국장은 권고문에서 알코올을 미국 내 예방 가능한 암 원인 3위로 규정하고 연간 약 10만 건의 암 발생과 2만 명의 사망을 연결지었으며, 경고 문구 개정을 요구했다. 아일랜드는 2028년 9월부터 주류에 암 경고 라벨을 붙인다. 세계보건기구 집계로 세계 알코올 소비량은 2010년에서 2022년 사이 12% 줄었다. 여기에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음주 욕구를 낮춘다는 임상 보고가 겹치면서, 업계는 아직 크기를 모르는 변수 하나를 더 안게 됐다.

Factor 01
건강 정보의 전환
'적당한 음주는 괜찮다'는 통념이 후퇴하고 암 위험 중심의 메시지가 자리를 잡았다. 규제는 라벨링 전쟁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Factor 02
사교 방식의 변화
대면 모임 시간 자체가 줄었다. 술은 자리에 딸려 오는 소비재이므로, 자리가 줄면 총량도 함께 줄어든다.
Factor 03
강권 문화의 붕괴
중국의 바이주 9년 연속 감소가 보여주듯, 관계를 위해 마셔야 했던 술이 먼저 무너진다. 한국의 회식 문화와 겹치는 지점이다.
Factor 04
비용과 약
물가 상승이 재량 지출을 압박했고, GLP-1 비만치료제 확산이라는 크기를 모르는 변수도 더해졌다.

Chapter 04 · 산업

맥주 회사가 맥주를 절반 이하로 만든 해

감소가 구조적이라는 판단은 이미 기업 재무제표에 반영돼 있다. 2025년, 칼스버그의 전체 매출에서 핵심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 아래(49%)로 떨어졌다.

칼스버그는 무알코올 맥주의 '맛 동등성'을 연구하는 데 100명이 넘는 과학자를 투입했고, 2025년 한 해에만 무알코올 신제품 50종을 내놨다. 서유럽에서 무알코올 맥주는 전체 맥주 물량의 7%까지 올라왔다. 디아지오는 2025년 6월 결산 기준 영업이익이 27.8% 급감했지만, 같은 기간 무알코올 포트폴리오는 약 40% 성장했다. 페르노리카는 2025년 4월 연간 1,000만 상자 규모의 국제 와인 브랜드들을 통째로 매각하고 프리미엄 증류주와 무알코올 대안에 집중하기로 했다.

업계가 이 변화를 부르는 이름도 생겼다. 술과 무알코올 음료를 한 자리에서 번갈아 마시는 '제브라 스트라이핑'이다. 칼스버그는 이 소비 패턴에 맞춰 유럽 페스티벌에서 혼합 6팩을, 덴마크에서는 같은 맥주의 '낮'과 '밤' 버전을 내놨다. 무알코올 맥주 구매자가 일반 맥주도 함께 산다는 스캔 데이터가 근거다. 무알코올 침투율이 35세 위아래에서 비슷하다는 점도 회사 쪽 설명이다. 이건 세대 문제가 아니라 상황 문제라는 뜻이다.

반면 와인은 길이 더 좁다. 유럽 와인업계 단체 CEEV는 무·저알코올 와인이 "와인 안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이라면서도 "이 부문이 단기간에 전통 와인의 구조적 감소를 상쇄하지는 못한다"고 인정했다. 목표는 반등이 아니라 존속, 즉 술을 줄이는 시대에도 와인이 식탁에 남아 있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 2위 증류주 기업이 와인 사업을 접었다는 사실이 그 판단을 뒷받침한다.


Chapter 05 · 반전

총량이 줄어도 위험은 줄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감소의 서사다. 그런데 2026년 1월 랜싯 글로벌 헬스에 실린 한 논문은, 우리가 쓰는 지표 자체가 중요한 걸 가린다고 지적한다.

국제 통계의 표준 지표는 1인당 알코올 소비량(APC)이다. 15세 이상 전체 인구로 나눈 값이다. 논문의 저자들은 여기에 '음주자 1인당 소비량'을 함께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거로 든 사례가 선명하다. 2019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영국의 APC는 비슷했다. 그런데 알코올로 인한 사망률은 남아공이 10만 명당 68.0명, 영국이 21.9명으로 세 배 넘게 차이 났다. 이 격차를 설명한 건 총량이 아니라 음주자 1인당 소비량이었다. 남아공 27.2리터, 영국 13.8리터. 남아공 성인 중 술을 마신다고 답한 비율은 32.5%뿐이었지만, 그 소수가 훨씬 강하게 마셨다.

지역 단위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온다. WHO 아프리카 지역의 APC는 4.5리터로 유럽(9.2리터)의 절반 수준이지만, 알코올로 인한 사망률은 10만 명당 52.2명 대 52.9명으로 사실상 같다. 음주자 1인당으로 환산하면 15.5리터 대 14.7리터로 격차가 사라진다.

세계 모니터링이 의미를 가지려면 얼마나 마셨는지뿐 아니라 누가 마셨는지를 반영해야 한다.

Burton et al., 「Mind the gap」, The Lancet Global Health (2026.1)

이 프레임을 한국에 옮기면 질문이 하나 남는다. 출고량 298만㎘는 시장에 나간 술의 총량이지, 마시는 사람이 얼마나 마셨는지가 아니다. 안 마시는 사람이 늘어서 총량이 줄어든 것과, 모두가 조금씩 덜 마셔서 줄어든 것은 보건 정책상 전혀 다른 상황이다. 앞의 경우라면 총량 감소와 무관하게 고위험 음주자 집단의 위험은 그대로 남는다. 논문의 표현을 빌리면, 평균의 하락이 곧 위험의 하락은 아니다.

OECD 기준으로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2023년 OECD 회원국의 15세 이상 1인당 순알코올 소비량 평균은 8.5리터였고, 회원국의 3분의 1가량이 10리터를 넘었다. 동시에 조사가 가능한 27개국 평균 27%가 월 1회 이상 폭음을 한다고 답했다. 총량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10년째 내려가는 중인데, 폭음 지표는 그만큼 내려가지 않았다.

덜 마시는 나라가 되는 것과
다르게 마시는 나라가 되는 것

2025년의 298만㎘는 한국이 세계 주류 시장의 10년 전망을 미리 살고 있다는 신호다. IWSR이 2031년까지 이어진다고 본 감소를, 한국의 출고량 곡선은 이미 2015년부터 그리고 있었다. 회식이 줄고, 강권이 사라지고, 라벨이 바뀌는 과정 전부가 그 곡선 안에 있다.

다만 이 숫자로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은 구분해야 한다. 할 수 있는 말은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류업계와 세수에는 이미 반영됐다. 할 수 없는 말은 한국인이 건강해졌다는 것이다. 출고량은 유통 재고와 수출을 포함하고, 결정세액에는 과세제도 변경분이 섞여 있으며, 무엇보다 총량은 소수의 폭음자를 감춘다.

그래서 다음에 나와야 할 통계는 출고량이 아니다. 랜싯 논문이 요구한 것처럼 마시는 사람이 얼마나 마시는지, 그리고 그 분포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다. 시장이 줄어드는 국면에서 정책이 놓치기 쉬운 것은 바로 그 부분이다. 총량이 내려가는 그래프는 안심을 주지만, 안심할 근거까지 함께 주지는 않는다.

Source
  • 국세청, 「주세 신고 현황」 (2021~2025)
  • 국세청, 「주류 출고량 현황」 (1994~2024, 내부행정자료)
  • Emma Rumney, "Alcohol drinking will shrink in the next decade, research finds", Reuters (2026.6.11)
  • Giedre Peseckyte, "People to drink less booze, but only for the next five years", Euronews (2026.6.12)
  • Oli Dodd, "Alcohol suffers global downturn in 2025", Drinks International (2026.4.2)
  • Louis Gore Langton, "How the alcohol industry is rethinking R&D amid falling global consumption", Food Ingredients First (2026.2.25)
  • Lyric Li, "In China, a sober-curious generation challenges a business culture of heavy drinking", The Washington Post (2026.7.28)
  • Solcyré Burga, "Why Gen Z Is Drinking Less", TIME (2025.1.1)
  • Burton R. et al., "Mind the gap: rethinking global alcohol metrics in high-abstention LMICs", The Lancet Global Health 14(1) (2026.1)
  • OECD, 『Health at a Glance 2025: OECD Indicator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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