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기준선, 중립금리
2026년 8월 11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AI와 R*」라는 짧은 보고서를 냈다. 주제는 하나다. AI가 중립금리를 올릴 것인가, 내릴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보고서는 답을 정하지 않는다. 그게 이 글의 출발점이다.
중립금리(R*)는 경제가 잠재산출 수준에서 균형을 이루면서 저축과 투자가 일치하도록 만드는 실질금리다. 자연이자율이라고도 부른다. 실제 실질금리가 이 선보다 낮으면 통화정책이 완화적이고, 높으면 긴축적이라고 평가한다. 문제는 이걸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관측되지 않는 이론적 개념이라 성장률·물가·정책금리 자료와 모형을 동원해 추정해야 하고, 추정치에는 큰 불확실성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중앙은행은 이 보이지 않는 선을 기준으로 금리를 결정한다. 그래서 AI가 이 선을 어느 쪽으로 밀지가 실무적인 질문이 된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이 질문을 두 갈래로 쪼갠다. 생산성 경로와 소득불평등 경로. 전자는 금리를 밀어 올리고, 후자는 끌어내린다. 어느 쪽이 더 셀지는 미리 알 수 없다는 게 보고서의 태도다.
업무는 빨라졌는데, 경제는 빨라졌을까
AI가 금리를 올린다는 주장의 뿌리에는 생산성이 있다. 그리고 개별 업무 단위에서 AI의 효과는 이미 여러 번 확인됐다. 문제는 그 다음 칸이다.
미시적 증거는 꽤 견고하다. 문서작성 업무에서 생성형 AI는 수행시간을 크게 줄이면서 결과물의 품질도 올렸고(Noy and Zhang, 2023), 실제 고객 상담 현장에 투입했더니 근로자 생산성이 즉시 오르고 시간이 지나며 효과가 커졌다(Brynjolfsson et al., 2025). 코딩에서도 상당한 효율 개선이 나타났다(Peng et al., 2023).
그런데 업무 단위의 능률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되려면 몇 개의 관문을 더 통과해야 한다. Acemoglu(2024)는 향후 10년 안에 수익성 있게 자동화될 수 있는 과업의 비중 자체가 제한적이라고 본다. Jones and Tonetti(2026)의 지적은 더 구조적이다. 생산에 필요한 과업들이 서로 강하게 보완적일 때, 다수의 과업이 빠르게 자동화되더라도 느리게 개선되는 인간 과업 하나가 '약한 고리'로 남아 전체 산출을 붙잡는다는 것이다.
한국 데이터는 이 대목에서 더 직접적이다. 서동현·오삼일·윤종원(2026)이 국내 근로자를 조사했더니 AI 활용으로 업무시간이 평균 3.8% 줄었다. 그런데 업무시간 절감과 업무처리량 증가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상관계수 0.00. 아낀 시간이 산출로 바뀌지 않았다는 뜻이다.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와 조직개편, 인력 재배치가 따라붙지 않으면 개별 작업의 효율성이 생산성 증가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 연구 | 대상 | 추정치 | 성격 |
|---|---|---|---|
| Acemoglu (2024) | 미국 TFP, 10년 | 크지 않음 | 회의 |
| Aghion & Bunel (2024) | 연평균 TFP 증가율 | +0.68%p | 낙관 |
| Filippucci et al. (2025) | 미·영 노동생산성 | +0.4~1.3%p | 낙관 |
| 남창우 (2026) | 한국 TFP, 10년 | +0.23%p | 중간 |
| 서동현 외 (2026) | 국내 근로자 업무시간 | -3.8% (산출 무관) | 회의 |
| 남충현 (2026a) | 과거 범용기술 사례 | 도입 20~70년 후 극대화 | 시차 |
| 자료: 한국은행 BOK경제연구 INSIGHT 제2026-2호 「AI와 R*」가 정리한 문헌. | |||
Acemoglu와 Aghion·Bunel은 심지어 같은 과업기반 산식을 쓴다. 그런데도 결론이 갈린다. AI에 노출되는 과업의 범위를 얼마로 볼지, 경제성 있는 도입 비중을 얼마로 볼지, 과업별 개선 폭을 얼마로 잡을지 — 이 세 가지 가정에서 갈라지는 것이다. 숫자의 차이가 아니라 세계관의 차이에 가깝다.
모델이 나온 날, 금리는 내려갔다
이론은 그렇다 치고, 시장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PIMCO의 이코노미스트들이 던진 질문이다. 그리고 답은 통념과 정반대였다.
중립금리를 직접 볼 수 없으니 대용치가 필요하다. PIMCO가 쓴 건 5년 후 5년 선도금리(5y5y)다. 단기 경기 요인이 사라진 뒤에 성립할 것으로 시장이 예상하는 금리라서,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장기 균형금리에 가깝다. 새 AI 모델은 출시 전부터 기대가 가격에 반영되므로, 공개일의 금리 반응은 기대를 얼마나 넘어섰는지에 대한 시장의 즉각적 채점표가 된다.
2023년 1월 이후 OpenAI·구글·앤스로픽·xAI·딥시크의 주요 모델이 공개된 43일을 따로 떼어 5y5y 선도 실질금리의 누적 변화를 계산했다. 같은 기간 전체 금리는 약 100bp 올랐다. 그런데 모델 공개일만 모으면 누적 약 100bp 하락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이 43일을 표본에서 빼면 금리는 200bp 올랐어야 한다는 뜻이다. MIT 연구진의 더 광범위한 분석도 비슷한 결과를 냈다.
AI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서사는 널리 퍼져 있다. 그런데 그 서사를 지지하는 시장 증거는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다.
— PIMCO, 「Does AI Raise or Lower Neutral Rates?」(2026.7.1)PIMCO의 해석은 두 갈래다. 첫째, AI는 순수한 생산성 충격이 아니라 위험 충격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 성장을 높이더라도 이행 과정에서 노동소득과 고용 안정성에 불확실성을 만들고, 대체 위험에 노출된 가계는 예비적 저축을 늘려 안전자산 수요를 키운다. 둘째, 재정 채널이다. 생산성이 오르면 장기 세수 기반이 개선되고 재정 지속가능성 전망이 좋아진다. 시장이 이를 선반영하면 기간프리미엄이 압축되면서 장기금리가 눌린다. PIMCO는 연준 이사회 모형으로 계산했을 때 모델 공개일 장기금리 하락의 절반가량이 기간프리미엄 축소로 설명된다고 밝혔다.
1990년대 후반과의 대비도 짚는다. 당시 기술 혁신은 대체로 노동증강적이었고 소득 증가가 넓게 퍼졌다. 반면 지금의 주가 구조는 AI의 이익이 자본을 가진 일부에게 좁게 귀속될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이익을 가져가는가
시장이 금리를 내린 이유를 설명하려면 결국 분배로 돌아와야 한다. 한국은행 보고서가 두 번째 경로로 잡은 지점이다.
교과서적인 대표 가계 모형에서는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이 같은 가계에 귀속되므로, 소득의 원천이 바뀌어도 총소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노동소득 의존도가 높은 가계의 한계소비성향이 자본을 많이 가진 고소득 가계보다 높다. 그래서 AI 자동화로 소득이 노동자에서 자본소유자로 이전되면 경제 전체의 평균 소비성향이 낮아지고 총저축이 늘어난다. 자금공급이 늘면 금리는 내려간다.
Fornaro and Wolf(2026)는 이 메커니즘을 모형으로 밀어붙인다. AI로 자본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늘면 생산성과 잠재산출은 오르지만 노동소득분배율은 떨어진다. 정책 대응이 미흡하면 노동자의 소비 감소를 자본가의 소비 증가가 상쇄하지 못해 총수요가 약해지고, 예상 매출이 부진해 투자도 위축된다. 명목임금이 경직적인 상황에서는 실제 산출과 고용이 줄어드는 'AI 슬럼프'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완전고용을 지켜내면 자동화 투자가 늘어 중립금리가 단기적으로 오르지만, 이후 투자수요가 약해지고 소비 부진이 지배하면서 처음 수준보다 아래로 내려간다. 하락 폭이 크면 중립금리가 음(-)의 영역에 들어가 제로하한에 걸린다.
Falk and Tsoukalas(2026)는 여기에 한 겹을 더한다. 기업들이 자동화가 총수요를 줄인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어도, 개별적으로는 사회적으로 과도한 수준까지 자동화할 유인이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를 AI로 대체해 얻는 비용 절감은 그 기업이 전부 가져가지만, 해고된 노동자의 소비 감소로 생기는 매출 손실은 경쟁기업들과 나눠 진다. 부정적 외부효과가 가격에 반영되지 않으니 각자 최적으로 행동해도 전체는 과잉 자동화로 간다.
이 관계는 데이터에서도 흔적이 보인다. Cho and Williams(2026)는 1970~2025년 미국 자료로 노동소득분배율과 중립금리 사이에 안정적인 장기 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추정에 따르면 중립금리가 1%p 높아질 때 추세 노동소득분배율은 약 2.5%p 높아진다. 두 변수가 오랫동안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실제 분배가 바뀌기 전에도 작동하는 경로가 있다. Lenzu(2026)는 노동대체 위험과 구조적 불확실성이 가계의 예비적 저축을 늘려, 이행기에 중립금리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증도 붙는다. Hartley et al.(2026)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들은 향후 2년 내 생성형 AI로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을 평균 20%로 평가했다. 실제 해고가 뚜렷하지 않은데도 그렇다. Lee, Martin and Nguyen-Thi(2025)는 룩셈부르크 근로자 조사에서 기술 대체를 우려할수록 자발적 연금 가입 가능성과 납입액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예비적 저축으로 해석했다.
그런데 미국인은 저축하고 있지 않다
예비적 저축 가설은 깔끔하다. 문제는 미니애폴리스 연은이 실제 저축률을 열어봤다는 것이다.
미니애폴리스 연은의 통화정책 자문 앨리스데어 매케이와 크리스티나 아레야노는 가계가 모형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데 회의적이다. 미래에 경제 전체가 부유해진다는 전망을 '내가 부유해진다'로 연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포에 기반한 저축의 증거도 없다. 미국 개인저축률은 AI가 대중의 화제가 된 이후 대체로 하락해 역사적 저점 근처에 머물러 있다.
대신 다른 경로가 작동하고 있다. 주식 자산효과다. 2022년 11월 챗GPT 공개 이후 2026년 7월 말까지 S&P 500은 80% 올랐다. 매케이는 주식 자산에서 나오는 한계소비성향을 1달러당 3센트 정도로 보는데, 이를 대입하면 이 추가 자산에서만 매년 GDP의 0.5~1%에 해당하는 소비가 나온다는 계산이 된다. 상당한 규모다.
다만 이 소비는 넓게 퍼지지 않는다. 미국 가계 상위 10%가 주식·뮤추얼펀드 보유액의 90% 가까이를 갖고 있고,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즉 지금 미국의 총수요를 떠받치는 AI발 소비는 자산을 가진 쪽에 집중된 소비다. 아레야노는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층 같은 계층에는 이 효과가 닿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하방 경로를 부정하는 데이터가 아니라, 하방 경로가 왜 아직 안 보이는지를 설명하는 데이터에 가깝다.
지금 우리가 거시적으로 하고 있는 주된 일은 '기계를 만드는 것'이다.
— 앨리스데어 매케이, 미니애폴리스 연은 통화정책 자문투자 쪽 그림도 예상과 다르다.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상위 5개 기업의 자본지출은 2024년 2,000억 달러에서 2027년 1조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전체 민간투자가 약 5.5조 달러이니 한 카테고리가 전체 투자의 20%를 차지하는 셈이다. 그런데 GDP 대비 민간투자 비중은 2018년 이후 대체로 평평하다. 주택투자와 비주거 건설 비중이 줄면서 상쇄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건설 원자재 값을 밀어 올리고, 주택으로 갈 자금을 흡수한 결과이기도 하다.
아레야노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 기술 부문은 미국 산출의 약 15%지만 소비의 7%에 불과하다. 자연이자율은 소비 성장률과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므로, 기술 부문에 집중된 성장은 자연이자율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디스인플레이션인가, 그 반대인가
금리 논쟁에는 물가 논쟁이 붙어 있다. 그리고 이 논쟁에는 이름이 걸려 있다.
2025년 11월, 케빈 워시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AI가 상당한 디스인플레이션 요인이 될 것이라고 썼다. 생산성이 오르면 단위생산비용이 낮아지고 공급능력이 확대되니 물가 압력이 완화된다는 논리다. 근거로 든 사례는 1990년대 후반 미국 ICT 호황이었다. 당시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990년대 초 1% 미만에서 1999년 약 3%까지 올랐고, 높은 성장과 낮은 물가가 함께 나타났다.
경제학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시카고대 클라크 금융시장센터가 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약 60%는 향후 2년간 AI가 PCE 물가상승률과 중립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각각 0.2%p 미만에 그칠 것으로 봤다. 오히려 약 40%는 AI 투자 확대와 수요 증가로 중립금리가 소폭 상승할 수 있다고 답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는 시간 축을 나눠 답한다. 단기에는 인플레이션, 장기에는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이다. 단기 쪽 근거는 지출이다. AI 개발에 쏟아지는 돈이 생산성 성과보다 먼저 경제에 도착하고 있다. 미국 전력 생산은 10년 넘게 정체하다가 2024년 2.5%, 2025년 2.4% 늘었고 2026년 3월에는 전년비 3.0% 증가했다. 소비자 전기요금은 3월에 전년비 4.6% 올랐다. 다만 전기의 CPI 비중이 2.5%에 불과해, 같은 달 헤드라인 CPI 상승률 3.3% 중 전기요금 기여분은 0.1%p 수준이었다.
확산 속도는 빠르지만 고르지 않다. 미국 센서스국 조사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 기술·정보·금융·교육 부문에서는 30% 넘는 기업이 AI를 쓰고 있었지만, 건설·소매·레저·숙박·운송에서는 15%에 못 미쳤다.
켈리의 장기 논리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디스인플레이션의 이유다. 생산성 그 자체가 아니라, 생산성 이익이 나뉘는 방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수십 년간 미국 물가를 눌러온 힘으로 노동 협상력의 약화와 불평등 확대를 든다. 미국 노조 가입률은 1974년 26%에서 2025년 10%로 떨어졌고, 1,000명 이상이 참여한 대형 파업은 424건에서 30건으로 줄었다. 상위 20% 가구가 가져가는 세전 소득 비중은 1974년 43.5%에서 2024년 52.2%로 올랐다. 부유한 가구는 소득의 더 큰 몫을 저축·투자하므로, 수요가 재화·서비스에서 주식·채권으로 옮겨가 소비자물가를 누르고 자산가격을 올린다. AI가 이 두 추세를 강화한다면 물가는 그 방식으로 낮아진다.
그리고 켈리는 그 결론에서 정책적 결론을 끌어내지 말라고 덧붙인다. AI가 순수한 디스인플레이션 요인이 되려면 몇 년이 걸리는 반면 금리 인하는 금융여건에 즉시 반영된다는 것이다. 반대편에서 유럽중앙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필립 레인은 AI가 대체로 물가 압력을 높이는 쪽이라고 본다. 생산성과 소득 증가 기대가 소비와 투자를 앞당기고,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에너지 가격을 통한 비용견인 인플레이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 논쟁은 AI의 공급 확대 효과와 수요 증대 효과 중 어느 쪽을 크게 보는가의 차이로 수렴한다.
아직 데이터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론이 갈리고 시장이 갈릴 때 남는 건 지표다. 그런데 지표는 지금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AI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투입된 분야는 코딩이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가격이 먼저 떨어져야 한다. 실제로는 반대다. 역사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소프트웨어 관련 소비자·생산자물가지수는 생성형 AI 등장 이후 보합에서 상승으로 돌아섰다. AI발 하드웨어 가격 압력이 섞여 있는 지표라는 점을 감안해도, 생산성이 물가를 끌어내리는 신호는 잡히지 않는다.
생산성 지표도 마찬가지다. 정보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은 2023년에 크게 뛴 뒤 네 분기 연속 하락했고, 이후 회복세는 과거의 정상적 변동 범위 안에 있다. 경제 전체 지표는 더 조용하다. 노동생산성과 총요소생산성 지표들은 붐의 조짐을 보이지 않으며,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가동률 조정 TFP는 2024년 이후 오히려 하락 추세다.
이건 놀랄 일이 아닐 수 있다. 범용기술의 도입에는 J자 곡선이 잘 알려져 있다. 재훈련·조직 재편·설비 교체에 투자하는 초기에는 측정된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진다. 남충현(2026a)의 정리에 따르면 증기기관·전기·IT의 생산성 기여도는 도입 20~70년 후에 극대화됐다. 전기가 공장의 생산성을 바꾼 건 발전기를 산 시점이 아니라 공장 배치를 다시 짠 시점이었다.
고용 쪽도 아직 선명하지 않다. 실업률은 '적게 뽑고 적게 자르는' 노동시장 속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AI 때문이라고 언급된 해고가 기술 부문에서 나오는 한편 미국 기업 2만 1,000곳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AI 도입이 오히려 추가 고용과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FOMC 의사록에서 AI는 20회 넘게 언급됐다. 1년 전 같은 회의에서는 한 번이었다.
한편 기대가 성과를 앞지를 위험도 지적된다. Aldasoro et al.(2026)에 따르면 AI 관련 투자는 일부 국가에서 GDP의 약 1%에 이르고, 자금조달이 회사채와 사모신용 등 부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생산성 효과와 실현 시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면 과잉투자와 신용의 질 저하가 뒤따를 수 있다. 이후 기대가 조정되고 자산가격이 내려 금융여건이 긴축되면, 초기의 중립금리 상승압력은 약화되거나 하락압력으로 뒤집힐 수 있다.
네 개의 답을 나란히 놓으면
같은 질문에 네 기관이 다르게 답했다. 그런데 답이 갈린 지점을 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갈림길은 기술의 성능이 아니다. 네 자료 모두 AI가 개별 업무를 빠르게 만든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갈리는 건 그 이익이 어디로 흘러가는가다. 임금과 소비로 환류되면 총수요가 커지고 중립금리는 오른다. 자본소득으로 집중되면 저축이 늘고 중립금리는 내려간다. 한국은행 보고서의 요약대로, AI 시대의 중립금리는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인간이 AI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그 성과를 어떻게 배분하는지에 달려 있다.
한국에는 한 겹이 더 있다. 남창우(2026)의 추정치는 연평균 TFP +0.23%p로, 미국·영국에 대한 추정치보다 확연히 낮다. AI 노출도와 도입 속도의 차이 때문이다. 생산성 이익은 늦게 오는데 노동대체 불안은 같은 속도로 온다면, 상방 경로보다 하방 경로가 먼저 도착할 수 있다. 국내 조사에서 이미 확인된 업무시간 3.8% 절감과 상관계수 0.00은 그 시차의 첫 페이지에 가깝다.
중립금리를 결정하는 건 모델의 성능이 아니라
이익의 행선지다
AI가 금리를 올린다는 이야기와 내린다는 증거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유는, 두 이야기가 사실 다른 변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얼마나 많이 생산하게 되는가를 보고, 다른 하나는 그 생산물이 누구의 지갑으로 들어가는가를 본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는 후자가 더 결정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AI가 생산성을 높이니 금리는 오른다"는 문장은 절반만 맞다. 나머지 절반은 노동소득분배율, 소비성향, 그리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해고에 대한 불안이 채운다. 시장이 모델 공개일마다 금리를 내렸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이 이미 그 절반을 계산에 넣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중앙은행이 택할 수 있는 태도는 하나로 좁혀진다. 미리 단정하지 않고, AI 투자와 확산, 생산성·고용·임금, 노동소득분배율과 가계의 소비·저축 변화를 들어오는 자료에 따라 평가하는 것. 한국은행이 보고서 마지막에 적은 '데이터 의존적 접근(data-dependent approach)'이라는 말은, 아직 답을 모른다는 고백이자 지금으로서는 가장 정직한 대응이다.
- 장진성, 「AI와 R*」, BOK경제연구 INSIGHT 제2026-2호, 한국은행 (2026.8.11)
- Tiffany Wilding & J. R. Scott, "Does AI Raise or Lower Neutral Rates?", PIMCO Macro Signposts (2026.7.1)
- David Kelly, "AI, Inflation and Interest Rates", J.P. Morgan Asset Management (2026.4.20)
- Jeff Horwich, "How is AI influencing interest rates?", Federal Reserve Bank of Minneapolis (2026.8.3)
- Philip R. Lane, "AI and monetary policy", ECB 연설 (2026.7.6)
- Cho & Williams, "The R–labor share nexus", Liberty Street Economics, 뉴욕 연은 (2026.4.15)
- Fornaro & Wolf, "Macroeconomic policies for AI", UPF Economics Working Paper 1943 (2026)
- 서동현·오삼일·윤종원,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BOK 이슈노트 제2026-12호 (2026)
- 남창우, 『AI의 거시경제 영향 분석』,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보고서 2026-01 (2026)